수많은 말 속에서 희미해진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
하나의 단어에는 우리 몸의 감각과 오래된 기억, 삶을 이해하려 했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그래서 같은 말을 사용하더라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장면과 감정이 다르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마음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통하지 않는 마음, 상투적으로 주고받는 말들 사이에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 깊은 곳을 드나드는 법을 잊어버리고, 진정으로 원했던 것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는 한다.
《위로 II》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는 책이다. 저자 데이비드 화이트는 전작 《위로》에 이어 《위로 II》에서 삶의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52개의 단어를 낯설게 해석하며 자신의 사유를 펼쳐 보인다. 우리를 가두거나 의미 없이 겉돌던 수많은 말을 뚫고 들어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당신은 정말 그것을 원하는가?’라며 집요하고 다정한 물음을 건네는 듯하다. 그리고 세상이 정한 의미, 습관적으로 써 온 말에서 벗어나 당신만의 감각과 기억으로 이 단어들을 바라보라고, 다시 온전한 당신으로 돌아오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거나 이를 반박하고, 흩어져 있던 기억과 감정을 포개어 보기를 권한다. 그렇게 잃어버린 줄 알았던 마음과 생각을 되찾고, 자신의 감각으로 삶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나만의 언어’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나는 평소 모든 글이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라는 말 걸기라고 생각해 왔다. 이 책은 그야말로 말 걸기의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 이상원 (옮긴이)
나의 언어로 다시 읽고
삶으로 다시 나아가기
《위로 II》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말과 이미 정해져 있는 의미들 사이에서 잠시 멈춰 서라고 제안한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오래도록 돌보지 못했던 마음속 말에 귀 기울이라고 말한다. 그 길에 먼저 들어서는 사람이 저자 데이비드 화이트다. 그는 《위로 II》를 통해 ‘사랑’과 ‘죽음’처럼 삶의 깊은 곳과 맞닿은 단어부터 ‘배경’, ‘달’, ‘그(the)’처럼 일상적인 단어들을 통해 자신의 인식과 사유를 한 올 한 올 펼쳐 보인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저자의 삶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사건이나 주변 인물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기록이 놀라울 만큼 개인적인 느낌을 주는 이유는, 한 사람이 자신과 타인,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방식과 사고 과정을 숨김없이 드러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익숙한 말에 덧씌워진 관습적인 의미를 걷어 내고, 그 말이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의미해 왔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몸이 기억하는 감각과 오래전 풍경을 불러내고,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마음의 깊은 곳으로 천천히 내려가 오직 자신의 경험을 통과한 의미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삶을 제대로 마주할 것을 요구한다.
지평선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지평선은 저 멀리서 언제나 우리를 부르고 끌어당긴다. 여름 해안에서 끝없이 밀려 나간 대양의 파도가 그려 놓은 소금 선은 해변에서의 휴가라는 생각을 멀리 뛰어넘는 매력적인 선이고, 멀리 보이는 산맥 능선은 직접 찾아가지 못한다 해도 늘 우리를 유혹한다. (……) 지평선은 나라는 존재가 결국 보고 듣고 감각하는 모든 가능성이라는 점을 알려 준다. 지평선은 내가 도달하든 않든 끊임없이 나를 부른다. 아무리 멀다 해도 지평선은 나를 부르며 다른 방식으로 살라고 한다. (133쪽, ‘20. Horizons 지평선’ 중에서)
하나의 단어는
한 사람의 세계를 품고 있다
· 불평(Nagging) : 양쪽 모두에게 경청되지 못하는 사랑
· 브랜드(Brand) : 진정한 예술가들이 모두 거부하는 것
· 죽음(Death) : 다시 살고, 다시 상상할 기회
· 부끄러움(Shame) : 우리의 숨은 욕망을 가리키는 교사
· 사랑(Love) : 때로 우리에게 자비가 없고, 우리를 불사르는 것
52편의 글은 저자가 단어를 바탕으로 자신의 내면과 세상을 탐색해 온 사유의 아카이브처럼 읽힌다. 서로 연결되지 않던 기억과 관계, 감각과 시간은 한 단어 아래 모여 새로운 맥락을 이루고, 그 이면에 숨어 있던 낯선 감정이 드러난다. 그렇게 일상의 표면에만 머물며 겉돌던 단어는 저자의 사유를 통과하며 삶의 구체적인 감각을 다시 얻는다.
단어 하나하나를 향한 해석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왜 이 단어를 이렇게 생각하게 됐지?’, ‘아, 그때 이런 마음이었지.’ 같은 생각이 떠오르는 동안,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우리 삶의 저변에서 영향을 미치던 감정과 관계의 순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우리 마음의 윤곽과 삶의 반경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이다. 이는 마음속에서 표류하던 진짜 목소리를 되찾고,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촘촘한 감각과 기억으로 이루어진 자신을 더 깊이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